영어 못하는 개발자가 해외 발표까지 간 2년의 영어 공부 기록
2년 전 저의 영어 실력은 이렇습니다.
미드를 많이 봐서 듣기는 꽤 되는 편이었지만, 말하기는 몇 개의 단어를 나열해서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도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였고, 유학 등의 해외 경험도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2025 FOSSASIA 발표자로 선정되어 3월에 해외 컨퍼런스에서 영어로 발표를 해냈습니다.
돌이켜보니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다양한 영어 학습 방법을 시도해봤습니다.
이 글은 그 2년간의 시행착오와 학습 여정을 솔직하게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당부의 말
물론 이 글로 제가 영어를 정복했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지금 제 실력은 중급 정도라고 생각하고, 유창하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잘해지는 것만이 아니라, 이렇게 성장하는 '중간 과정'을 공유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 글이 저처럼 영어 초급에서 중급으로 나아가고픈 분들께 현실적인 로드맵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영어 학습 앱 (듀오링고, 말해보카, 플랭)
결과: 실패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영어 학습 앱이었습니다.
듀오링고, 말해보카, 플랭 같은 유명 앱을 설치하고 의욕적으로 시작했습니다.
💸 가격은 플랫폼마다 다르지만 1개월에 2만원 이내였습니다.
실패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는 의지가 약한 사람입니다.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 학습을 지속적으로 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약간의 강제성이나 금전적 투입이 동반되어야 지속할 수 있는 사람임을 알게되었습니다.
2. 소규모 성인영어학원 (대전 나밍글학원)
결과: ⭐️만족⭐️
오프라인에서 금전적 투입이 동반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대전에 있는 소규모 성인영어회화학원 나밍글학원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의 경험이 저의 영어 학습에 대한 재미를 붙이게 했습니다.
💸 가격은 1개월(주1회) 15만원 정도였습니다.
제가 만족하는 이유는
- 높은 수업 퀄리티: 강사님의 역량이 뛰어나셔서 회화 스킬과 문법적 정확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습니다.
- 적극적인 참여 유도: 소규모로 진행되다 보니 말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결석하면 바로 티가 나기 때문에 빠지지 않고 출석하게 되는 강제성이 부여되었습니다.
- 집중도 높은 환경: 참여 인원이 적어 집중력이 높았고, 양질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전을 떠나 이사를 하게 되면서 아쉽게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대전에 계속 살았다면 지금도 다니고 있었을 것입니다.
3. 대규모 성인영어학원 (천안)
결과: 실패
천안으로 이사 후, 대규모 성인영어회화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가격이 합리적이기도 했고, 수업을 자주 들을 수 있는 메리트가 있었습니다.
💸 가격은 1개월(주4회) 14만원 정도였습니다.
실패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 암기 위주의 수업: 정해진 문장들을 외우는 방식이라 재미를 붙이기 어려웠습니다.
- 잘못된 습관 가능성: 그룹 활동 시간은 주어졌지만, 문제는 모두가 틀린 영어로 대화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서로의 오류를 교정해줄 사람이 없어, 틀린 문법과 어색한 표현을 고칠 수 없었습니다.
이직으로 시간 여유가 줄어든 것도 이유였지만, 근본적으로는 가격보다 피드백의 질이 보장되는 학습 환경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습니다.
4. 화상영어 (필리핀 티쳐 업체)
결과: 실패
이직과 함께 오프라인 학원을 다닐 시간이 없어져서 전화/화상영어를 시작해볼까 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해보려고 했어요.
무료 레벨테스트를 받아 보았는데 화질과 음질이 깨끗하지 않은 점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대화를 끊기지 않고 하려다보니 결국 익숙한 단어와 문장만 반복하게 되더라구요.
저는 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이 한정적인 사람이라 편한 표현만 계속 사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거 같아서 등록하진 않았습니다.
5. 온라인 스터디 (유튜브 영쌤 스터디)
결과: ⭐️만족⭐️
어떤 것을 해야하나 고민하던 차에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영어 유튜버 영쌤의 스터디를 보게 됩니다.
온라인이고 퇴근 후에 할 수 있는 시간대도 있어서 시도해 보게 되었습니다.
💸 가격은 3주(주 2회) 18만원 정도였습니다.
온라인 스터디는 처음이여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퀄리티가 좋았고, 만족도도 높았어요.
- 체계적인 수업: 무작정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1:1 대화 전에 어떤 주제로,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떻게 답변을 구성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제공받았습니다.
- 안전한 연습 환경: 내향적인 성격이라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기존 수강생들이 분위기를 잘 이끌어 주었고, 정해진 틀 안에서 연습하니 부담이 적었습니다.
특히 문장 구성법이나 자연스러운 답변 요령처럼 실용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녁에 스쿼시 운동을 하게 되면서 아쉽게도 지속하지 못했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6. 1:1 비즈니스 영어학원 (랭귀지큐브)
결과: ⭐️만족⭐️
FOSSASIA 발표자로 선정된 직후, 발등에 불이 떨어져 단기간에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해 1:1 비즈니스 영어 학원을 선택했습니다. 회사 점심시간을 활용해 수업을 들었고, 한국인 강사 25분 + 원어민 강사 25분 형태였습니다.
💸 가격은 1회(50분) 6-7만 원 정도였습니다.
- 정확한 문장 교정: 저의 가장 큰 문제였던 단어 나열식 부서진 영어 문장을 집중적으로 교정했습니다. 주어, 동사, 시제를 갖춘 완전한 문장을 만드는 훈련을 반복할 수 있었습니다.
- 최고 수준의 강사진: 발음부터 문법, 비즈니스 매너까지 세심하게 지도받을 수 있었습니다.
3개월 정도를 다녔고,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비용적인 부담이 커서 조금 더 저렴했다면 계속 다니는 것을 고려했을 정도로 효과가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점심시간에 복싱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
2025 FOSSASIA에서 발표를 하다
그렇다면 영어 발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실 스크립트 작성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가장 두려웠던 Q&A 시간에 스크립트 없이 즉석에서 대답해야 했고 너무 두려웠습니다.
차라리 아무 질문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유창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다행히도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고, 문장을 만들어서 답변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더 자세한 발표 후기
마무리하며: 시작하는 것의 중요성
2년간의 학습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정리하기 전에, 최근에 겪은 일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트위터(현 X)에도 올린 적이 있는데요. 이 글에도 작성해 보겠습니다.
사실 FOSSASIA에 발표자로 지원한 것은 순전히 멋있어 보여서였습니다. (해외 컨퍼런스 발표 정말 멋있지 않나요?)
그 목표 하나로 3달 동안 점심시간을 쪼개 1:1 영어 학원을 다녔고, 컨퍼런스 현장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 격려를 받으며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최근 이 경험이 가져온 나비효과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Supabase에 기여했던 기능이 생각보다 알려지게 되어, 얼마 전 Supabase 행사에서 영어 발표를 제안받고 하게되었습니다.
만약 FOSSASIA에서 영어 발표라는 첫 번째 허들을 넘어보지 못했다면, 저는 분명 영어가 부담스러워 이 제안을 거절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발표 후기를 LinkedIn에 올렸더니 제가 평소 멋지다고 생각했던 분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의 운영진 자리를 제안받아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될 수 없구나."
그리고 요약
- 환경설정이 의지보다 강하다: 나의 의지력을 믿지 말고, 돈을 쓰든 약속을 잡든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수준에 맞는 학습법이 따로 있다: 기초가 없다면 전화영어보다 문법과 문장 만들기를 먼저 가르쳐주는 곳으로 가야 한다. 자신의 레벨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1:1 피드백은 비싸지만 확실하다: 특히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데는 개인 맞춤형 피드백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 명확한 목표는 최고의 동기부여다: '언젠가 잘하겠지'라는 생각보다 '3개월 뒤 발표'라는 구체적인 마감이 있을 때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 일단 시작하면 된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해외 컨퍼런스에 지원하고 발표할 수 있었다. 멋있어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ps. 지금은 어떻게 공부하고 있냐고 물으신다면 아직 모르겠습니다. 좋은 방법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